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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 대신 뼈로 듣는다?"… 골전도 이어폰, 청력엔 득일까, 실일까?
유선 이어폰에서 무선 이어폰으로 사용 경향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귓구멍을 통하지 않고도 음향을 전달할 수 있는 '골전도 이어폰'이 유행을 타고 있다. 특히 일상의 소리를 차단하지 않아 러닝, 수영 등 스포츠 활동과 함께 활용하는 사용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골전도 이어폰이 장시간 사용해도 청력 손상이 적고 귀 건강에도 이롭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데, 의학적 관점에서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비인후과 김민범 교수(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는 "골전도 이어폰이 고막에 부담은 덜 주지만, 음량이 크면 달팽이관과 청각세포에 위험한 것은 동일하다"라고 전했다. 김 교수와 함께 골전도 이어폰과 청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뼈로 소리 전달하는 골전도 이어폰… 청력손실 예방엔 도움 안 돼
골전도 이어폰은 귓바퀴 주변 뼈의 진동을 통해 달팽이관으로 직접 소리 신호를 전달한다. 기존의 이어폰은 소리를 공기를 통해 전달해 고막을 울린 뒤 그 진동이 달팽이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을 생략한 방식이다. 따라서 골전도 이어폰은 고막에 직접 가해지는 부담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청력 손상이나, 소음성 난청 등 질환 예방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 청력 손상이나 소음성 난청을 유발하는 데는 고막의 진동 여부보다 얼마나 큰 음량이 전달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동을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골전도 이어폰의 특성상 피부나 뼈조직에 의해 전달되는 에너지가 줄어들어서 일반 이어폰보다 소리를 더 키워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청력 손실 측면에서 더 안전하다고는 볼 수는 없다.
김민범 교수는 "골전도 이어폰이라도 큰 음량으로 오래 사용하게 되면 소음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라면서, "뼈의 진동을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이 전정기관을 같이 자극하게 되어 사용자에 따라서 어지럼증이나 멀미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골전도 이어폰으로 보청기∙인공와우 대체한다는 속설은 잘못
골전도 이어폰의 소리 전달 방식 때문에 난청환자의 보청기나, 인공와우(고도 난청 환자가 사용하는 이식 기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속설도 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 김 교수는 "골전도 이어폰은 개인 음향 기기로 난청환자가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라면서, "음량을 증폭하는 것만으로는 말소리를 더 알아듣기 어렵게 할 수 있어 보청기를 대체할 수 없고, 음량을 과도하게 높이면 소음성 난청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에 이식되는 장치로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하여 청신경을 자극하는 원리기 때문에, 골전도 이어폰과는 작용 원리가 완전히 달라 대체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외이도염, 보행 사고 예방엔 도움 되는 골전도 이어폰
일상에서의 장점도 있다. 샤워 직후 물기가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외이도(귓구멍)를 막는 커널형 이어폰 등을 사용하면 외이도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반면 골전도 이어폰은 외이도(귓구멍)를 막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통풍이 잘 되어 외이도 건강에는 도움 될 수 있다. 또, 일상에서의 소음이 차단되지 않는다는 점도 보행 시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 된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외이도에 물이 들어가는 수영을 할 때나 야외 러닝 등 스포츠 활동을 할 때에는 외이도염 발생과 보행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최대 음량의 60%, 사용 환경에 따른 이어폰 선택 중요
이어폰으로 인한 청력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정 음량으로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민범 교수는 "who에 따르면 80db 이상의 음량으로 1주에 40시간 이상 음악을 듣는 것은 위험하고, 90db 이상인 경우 1주에 4시간 이상만 들어도 위험할 수 있다"라며, "통상적인 이어폰 최고 음량의 60% 이하로 사용하기를 권장한다"라고 조언했다.
사용 환경에 따른 이어폰 선택도 중요하다. 청력 손실에는 큰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사장이나, 공항 등 주변 소리가 큰 경우에는 귀를 완전히 막는 '커널형 이어폰'이나 '노이즈 캔슬링'기능이 있는 이어폰이 귀마개 역할을 해서 유리한 점도 있다. 다만, 주변 소음이 큰 나머지, 이어폰의 음량도 덩달아 높여서는 안 된다.